[당진교육소식지-아미]
꽃길일까, 가시밭길일까
-교육 거버넌스 컨설팅을 마치고-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 아미산 산길을 따라 벚꽃이 지나갔다. 권세도 없고 꽃길을 걷는 것도 아니지만, 당진에 사는 동안 하고 싶은 게 많다. 올해는 교육 거버넌스를 고민하고 있다. 행복교육지구 운영은 한두 차례의 운영위원회나 관 중심의 실무협의회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민․관․학이 기획-실행-평가의 과정을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물론 거버넌스라는 용어에 마법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교육 거버넌스를 실제로 가동할 때에는 포지션이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이견과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실무 단위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상향식 방식은 공유와 논의, 의견 조정과 합의 등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어찌 보면 무용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관 주도의 관치나 이를 반복하는 관․관 협치에 익숙한 관행을 개선하려면, 생산성이나 효율성의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고 본다. 이 같은 관념을 기반으로 거버넌스를 도구화하려는 태도 또한 경계해야 한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 대비 최대의 산출량을 얻으려는 태도와 접근 방식은 특정 주체를 배제하고, 거버넌스를 기능적인 도구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패는 낭비로 치부하기 십상이다. 거버넌스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지만, 어긋나면 마주 앉기도 싫은 테이블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행착오와 실패가 두려워 피해갈 생각은 없다. 지금은 더 나은 실패의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행착오가 없다면 기존의 관념과 규범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식 혹은 감수성의 탄생과 발명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충분한 경험이 없다.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 계속 논의해 가야 한다. 새로운 도전과 실험의 과정에서 민․관․학이 공진화해 갈 것이다.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협업하는 과정은 당진교육의 도약과 지역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럴 수 있을 때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 살기 좋은 당진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는 시민의 성장과 지역사회의 역량 증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