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교육소식지-아미]
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 고장 이야기 ‘봉화산 봉수대’
지난 11월 23일, 천의초등학교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 고장 이야기 ‘봉화산 봉수대’ 인형극 공연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2학년 학생들이 관람하고 나머지 학년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방송으로 교실에서 시청했다.
성기용 할머니의 해설로 시작된 ‘봉화산 봉수대’는 안국산 너머로 엄마의 심부름을 간 말똥이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봉수군과 만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심부름을 가는 말똥이는 “산 너머 갑동이네 집까지 20리를 걸어야 하는데, 10리는 4km, 갑동이네 집까지 8km를 걸어서 가란 말이여? 왔다 갔다 16km?” 라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투덜댔다. 하지만 누룽지를 주겠다는 엄마의 말에 솔깃하여 기쁘게 길을 나서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전화나 컴퓨터 같은 통신기기가 없던 시절, 국가에 위급한 일이 생기면 봉수대를 통해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안개가 끼고 흐린 날은 직접 봉수군이 말을 타고 가서 소식을 전했다. 학생들은 평상시는 1거, 적군이 국경 쪽으로 오고 있으면 2거, 국경에 접근하면 3거, 국경을 침범하면 4거, 접전이 시작되면 5거의 봉수를 올리고 지금의 서울인 한양까지 12시간 안에 전달했다는 것을 말똥이와 봉수군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웠다.
‘봉화산 봉수대’는 문영미 대표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문 대표는 문화예술창작소 내숭을 운영하던 중 고향 정미면 산성리에서 할머니들과 의기투합하여 2018 년 1월 회춘유랑단을 결성하게 되었다. 그해 첫 작품으로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그림자 연극 ‘안국사 배바위’를 선보였고 매해 새로운 공연으로 초등학교로 순회공연을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는 할머니들을 쫓아다니며 어렵게 설득을 하여 극단을 만들었지만 첫 공연에서 할머니의 도전을 응원하고 환호하는 관객들과 만난 뒤로는 할머니들이 많은 용기를 얻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글자에 익숙하지 않았던 할머니들은 대본을 외우기 위해 한글을 공부하고 발음 연습을 거듭하는 등의 정성을 쏟은 덕에 좋은 공연으로 성장했다.
문 대표는 “할머니들이 극단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뿌듯해 하고 있다. 평균연령이 80세가 넘는 할머니의 도전을 지지해준 덕분이다. 행복해하는 할머니들을 보는 것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회춘유랑단은 12월 4일 계성초등학교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