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전통에서 반짝이는 미래로
- 당진 마을기반 진로체험학교 프로그램 -
지난 9월 3일 마을기반 진로체험학교 환경과 전통공예가 시작되었다. 총 6회 동안 진행하는 이번 진로체험은 전대마을학교가 이끌고 있다. 수업은 신평 풍림아파트 경로당을 리모델링한 돌봄 공간에서 진행되었고 관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나, 지역 특성상 신평 지역 중학생의 참여가 많았다.
환경과 전통공예 진로체험학교의 첫 수업에서 학생들은 조가비를 재활용하는 자개 공예를 실습했다. 자개나 보릿대 등 자연물을 이용한 전통 공예는 원래 옻이나 아교 같은 전통적인 접착제를 사용하는데, 이는 학생들이 익혀 실습하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다. 그래서 양면테이프와 레진 등 현대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쉽게 접하도록 했다. 검은 종이에 자개를 양면테이프를 활용하여 붙이고 손 코팅지를 활용하여 코팅하고 줄을 다니 훌륭한 책갈피가 되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두 번째 시간에는 보릿대를 활용하여 텀블러를 꾸미고 있었다. 보릿대는 줄기가 굵은 쌀보리의 줄기를 활용했는데, 공예용으로 가공된 황금빛 보릿대에서 아름다운 빛이 났다. 단일한 색이 아니고 명암이 있어 신비로운 느낌도 났다. 보릿대 공예는 가공된 보릿대를 하나하나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디자인에 따라 칼로 잘라 붙인다. 보릿대에 결이 있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수업을 기획한 이효남 강사는 학생들이 전통을 접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위해 과정을 간소화하고자 디자인에 따라 레이저로 커팅 한 보릿대를 준비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골라 핀셋으로 떼어 검은 종이에 붙이며 활동했다. 동양적인 디자인도 있고, 중세 서양식 디자인이나, 자연물 디자인도 있었다. 학생들은 여러 디자인 도안을 조합하기도 하고, 직접 보릿대에 디자인하여 오려 붙이기도 하며 자신만의 텀블러를 완성해 갔다. 일회용품을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이 권장되고 있는 만큼, 보릿대를 이용하여 텀블러를 꾸미는 것은 보릿대의 재활용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수업이었다.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만들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한 학생은 작업이 어렵지만,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면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에 다음 수업에서 만들게 될 반지나 팔찌 같은 액세서리를 고르는 시간이 있었는데, 학생들은 전시 작품을 보며 신중히 고르느라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학생들의 멋진 작품이 기대되는 장면이었다.
공예 전문가인 이효남 강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이 정해진 틀을 깨고 다양한 표현을 시도할 때 보이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놀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의 문화가 K-문화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지금이 바로 아이들에게 전통공예를 현대적 방법으로 쉽게 접하도록 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이 전통공예의 기법으로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더 넓은 세상으로 진출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진로체험을 운영한 전대마을학교는 전대초등학교 학생의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올해 마을기반 진로체험학교에 참여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진로체험학교에 참여한 학생 중 일부는 전대초등학교 졸업생이었다.
계상충 전대마을학교 대표는 직업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전통공예라는 특별한 직업 분야를 알리기 위해 이번 진로체험을 기획했다고 한다. 다양한 직업이 주목받는 요즈음, 전통공예가 학생들의 직업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재활용과 전통 공예를 결합함으로써 남다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진로와 관련하여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예·예술 분야의 진로체험학교는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전대마을학교처럼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지역 학생들이 희망하는 분야로 진로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지역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앞으로 공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역 전문가들이 지역에서 학생들의 진로체험을 도울 기회가 많아지길 바라며, 전대마을학교의 활동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