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가치를 아는 사람> 신촌초등학교 교사 박성준을 만나다.
1. 자기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당진시 합덕읍 신리에 위치한 신촌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5학년 담임교사 박성준이라고 합니다.
2. 전교생 21명의 작은 학교, 신촌초등학교가 신규 발령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처음 신촌초등학교에 오셨을 때의 느낌이 어떠셨는지 말씀해주세요.
네, 맞습니다. 신촌초가 신규 발령지입니다. 인사발령부를 보고 학교 선생님들께 미리 인사도 드릴 겸, 고향인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오는데 점점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보이는 것은 논밭과 창고들뿐이었거든요. ‘과연 이곳에 학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신규발령의 기대감을 앞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학교에 온 지 벌써 5년째입니다. 중간에 군 복무를 마치느라 공백이 있었지만, 지금은 온전히 우리 학교라는 마음을 갖고 일하는 소중한 곳입니다.
3. 신촌초등학교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말씀해 주셨듯이, 전교생이 21명뿐인 작은 학교입니다. 그렇다 보니 모든 학생들이 서로의 이름과 형제자매까지 알고 지내는 재미있는 곳이지요. 수업과 생활지도 측면에서 사각지대를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필 수 있어 좋습니다. 특히 학생 한 명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은, 학생의 마음속 이야기를 자연스레 들을 수 있는 큰 장점이 됩니다.
소규모 특성화 학교 사업에 꾸준히 선정되어 다양한 체험학습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도 저희 학교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충남의 여러 지역은 물론, 전국의 특색 있는 지역을 선정하여 학생들이 작은 마을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활동을 중심으로 체험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단순히 교외로 나가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닌, 우리 당진 지역의 특산품 만들기와 역사유적지 탐방, 지역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체 방문, 신촌초등학교가 위치한 마을에 대해 공부하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4. 선생님 학급의 독특한 점 덕분에, 학교에선 ‘공중파에 출연한 유명인’으로 통한다고 하시는데 사실인가요?
사실 저희 반뿐만 아니라, 저희 학교가 고려인 4세 학생의 비율이 높습니다. 그중 저희 반 3명 학생은 모두 고려인 4세인 경우여서 이 점을 주목한 KBS대전방송국 ‘시사N대세남’에 출연 했습니다. 방송 출연은 처음이라 많이 긴장하고 어색했어요. 학교 밖 출근길을 따라 걷다가, 뒤돌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낯간지럽네요. 제가 출연한 그 방송분은 부끄러워 잘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5. 고려인 4세 학생들 3명으로 이루어진 학급을 운영하는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어요?
정말 고맙게도 저희 반의 남학생 한 명이 러시아에서 왔음에도 한국어를 상당히 능숙하게 쓸 줄 아는 학생입니다. 저는 이 학생과 함께 다른 두 명의 학생들과 공부하는데 협력해나가는 명품콤비를 이루고 있지요. 본인도 5학년 교과 내용을 학습하기 힘들 텐데 저를 도와 다른 친구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제 파트너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또 교실 곳곳에 고려인 4세 학생들이 사용하는 키릴문자로 사물의 이름을 프린트해 붙여놓습니다. TV, 거울, 칠판, 책상, 의자 등 대부분의 물건에 키릴문자를 보이게 해두어 최대한 편하게 학급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국어 교과 시간에는 학생과 역할을 바꾸어 제가 키릴문자를 쓰고 발음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말과 고려인 4세 학생들의 언어를 함께 학습하는 기회도 만들고 있어요. 학생들은 평소 선생님의 역할을 자신들이 수행하는데 큰 흥미를 가지며 한국어를 자연스레 사용할 수 있고, 저 또한 고려인 4세 학생들의 어려움을 직접 몸으로 느끼며 제가 학생을 대하고 학급을 운영할 때의 자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6. 작은 학교에서 고려인 4세 학생들과 함께 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시다면?
제 개인적으로 힘든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신촌초등학교가 소규모 학교이기에 가능한 여러 장점을 제가 직접 보기도 했고, 학생 개개인을 자세히 살펴보며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은 한국 학생과 고려인 4세 학생들 모두에게 통한다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유구한 역사를 지닌 신리와 신촌초등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생기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걱정은 있습니다. 학교가 죽으면 마을이 죽고, 학교가 살면 마을이 산다는 말을 저는 누구보다 강하게 믿고 있어요. 신촌 교육가족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조금이지만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 다시 힘을 얻습니다.
7. 마지막으로 작은 학교의 교사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시골 마을에 있는 작은 학교인 것도, 고려인 4세 학생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작은 학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위기에 놓인다는 사실입니다. 학생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모두의 노력으로 저희는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를 향한 많은 관심이 있다면, 같이 살아가는 가치를 학생들에게 더욱 잘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저부터 실천하는 교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